이 땅의 거룩한 씨, 그루터기

그루터기라는 이름을 받은 지 어느덧 2년. 요즘 한창 92또래들로 친교실이 북적이고 시끌벅적하다. 아직은 모든 게 어색한 듯 쭈뼛거리는 모습이나, 걱정 반 설렘 반의 얼굴을 하고 있는 92또래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하곤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헵시바를 졸업할 당시 나는 왜 그렇게 졸업하기가 싫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헵시바는 나에게 신앙의 첫 발을 딛게 해준 곳이었기 때문일까. 그 당시 나에게 있어서 내 모든 신앙의 바탕은 곧 헵시바며, 헵시바가 아닌 다른 곳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와도 같았기에 더욱이 그랬는지도 모른다. 말씀과 기도라는 신앙 기본의 첫 발을 떼는 어린아이 시절부터 아주 조금은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성장의 때를 맞이하기까지 그렇게 7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의 끝에 다다랐을 즈음에야 나는 하나님이 왜 나에게 ‘헵시바’란 이름을 주셨는지 마음 깊이 깨닫게 되었고, 졸업하는 그날 찬양을 부르며 평생 아버지의 기쁨이 되겠노라 다짐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루터기는 어떨까.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그루터기에 스며들어 생활하면서 나는 얼마나 그루터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생활했으며, 하나님이 나에게 기대하시는 뜻을 헤아리며 살았는지 되돌아볼 때 부끄럽기 짝이 없다. 바쁜 회사 생활에 몸은 더 지쳐만 가고, 말씀 읽기와 기도하기는 더욱더 힘든 시기를 맞이한 이때에, 그루터기라는 이름을 생각해 보는 것은 우리의 신앙생활에 다시금 일침을 가한다.


성경은 마지막 때에 할 수만 있으면 택한 자를 신앙생활 못하도록, 예수님을 믿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말씀하고 있다. 그러나 다 타고 없어져도 그루터기는 남아 있듯, 우리는 말씀과 기도의 무기를 들고, 끝까지 싸워 승리하여 남은 자들이 되어야 한다. 부디 그루터기들이 우리를 그루터기로 불러주신 하나님의 깊은 뜻을 깨닫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믿음의 뿌리, 진정한 그루터기로 거듭나길 바란다.



─ 성가대 총무 박설아 그루터기

(그루터기紙 17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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